평소같으면 늘 마음에 담아둔 ‘why bother?’라고 생각했던 것을 같이 해보는 챌린지다. 딱 한 달, 평소라면 굳이 하지 않을 일을 하고 서로 얘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why bother" is a statement that basically means, it's not worth it or it's going to waste your time.
10월 why bother? 챌린지
1. 여자친구나 친구들에게 아침 노래 추천해주기 - 성공
나는 종종 친구들에게 노래를 추천해준다. 평소에 한번 들어보라고 노래를 던져주는데, 이번 챌린지에서는 아침(오전)에 노래를 추천해주기로 했다. 보통 사람들은 시간대별로 출근송, 노동요, 퇴근송 등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중에서 출근송 추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떤 노래를 듣고 하루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활력있는 하루를 보낼 수도 있으니까 나름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D.O - ordinary days 노래를 추천해줬는데, 사실 이 노래는 현이의 현재 컬러링이기도 하다. 현이한테 종종 전화를 걸때마다 들리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따로 찾아 듣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많이 듣게 되었다. 이 노래를 여러 친구들한테 추천한 듯 하다.
개인적으로 creep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데, 대니얼 시저의 목소리로 들으니까 색달라서 추천했고, 대니얼 시저 노래모음을 타고 가면서 듣다가 그의 노래모음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옛날 추억 노래를 추천해주는 친구도 있었다. 장석이가 아니었으면 언제 또 동방신기 젊은 시절 목소리를 들어볼까 하면서 동방신기 love is 라는 노래를 들어봤다. 장난스럽게 던진 노래라도 옛날 바이브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때로는 신나는 노래나 힙합 등이 땡기는 아침이 있고, 잔잔하고 재즈틱한 음악이 땡기는 아침도 있기 마련이다. 내가 작년에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한 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침 지옥철 시간대에, 안내방송이 나오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정적 대신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어떨까?"
이 때 내가 느낀 아침 지하철에서는 짜증과 졸림이 섞인 표정들을 자주 봤고 실제로 사람들끼리 싸우는 광경도 많이 목격했다. 아무래도 아침에, 특히 번잡스러운 지하철에서는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예민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서도 노래가 흘러나온다면 그런 감정을 좀 억누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서울교통공사가 어플을 하나 만들어서 20대부터 60대까지의 아침 출근 유동인구에 해당하는 연령에 맞게 노래를 다양하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았다. 편향된 장르만 흘러나오는 현상을 막기 위해, 몇월 몇주차에 해당하는 수록곡 리스트를 그 이전부터 후보를 제시해 투표율에 따라 노래를 선정하는 방법도 있겠다.
물론 조용하게 가고 싶은 사람들도 존재할 수 있다. 가사가 없는 잔잔한 음악이라도 수록하면서 음악의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다. 여튼 나는 노래의 힘을 믿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친구들과 노래 추천은 계속할 듯 하다!
2. 새로운 취미 만들어서 목표 세우기 - 실패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했다. 나는 이번달 새로운 취미로 “런닝” 을 선택했고 50km뛰는 것을 목표로 했다. 과거에는 런닝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고 뛰면 활력이 돋아서 자주 뛰곤 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그런 취미는 이제 내 관심사 밖이 됐다. 마음잡고 뛰는것도 엄청 오랜만이어서 걱정이 됐지만, 우선 시작해보기로 하고 10월 4일 금요일에 처음으로 내달렸다.
우리 집 앞에서부터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가 중간에 '나이키 런클럽' 앱을 설치해 본격적으로 거리를 측정해보기로 했다. 첫날이니 목표를 5km로 잡고 도심을 달리기 시작했다. 도심 달리기의 어려운 점은 신호등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때에 길을 건널 수 없어서 계획한 루트대로 뛰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루트를 뛰는 게 나름 재미있었다. 주변을 계속 살펴야 하니 긴장감도 생겼다. 그렇게, 신트리공원에 도착해 3km를 채우고는 첫날 러닝을 마무리했다. 5km를 뛰려고 했지만, 첫날이라 힘들어서 3km를 뛰고 멈췄다.
마지막에는 좀 걸었더니 13분 55초로 찍혔다. 3km는 아마 한 13분 30초대였던걸로 기억한다. 몇 년만에 뛴 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예전에는 어떻게 풀 마라톤을 했는지는 가늠조차 안갔다. 나이를 먹은게 실감이 났다. 예전에는 나름 잘 뛰었는데, 이제는 진짜 힘들어서 그렇게 못 뛸 것만 같았다. 물론, 계속해서 런닝을 하면 늘겠지만, 런닝에 대한 열정이 예전만큼은 아닌듯하다. 런닝을 하고 나서 먹는 밥이 더 맛있다는 말에 바로 사서 먹어봤다. 더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활력이 생기고 입맛이 돋는 건 확실히 느껴졌다. 오랜만에 땀 흘려서 그런가보다.
이틀 후, 다시 집 앞에서 출발해 러닝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출발하자마자 앱으로 측정을 시작했고, 양천공원까지의 루트를 미리 계획했다. 목표는 13분 안쪽이었지만, 결과는 13분 4초. 아쉽긴 해도 이틀 전보다는 기록이 나아졌고, 꾸준히 연습하면 12분대에 들어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힘들었다. 평소 주말마다 풋살이나 축구를 해서 체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러닝은 또 다른 방식으로 힘들었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뛰어봤지만, 50km 목표에는 한참 못 미쳤다. 내년에는 러닝을 꾸준히 계획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혼자 뛰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왜 사람들이 러닝크루에 들어가는지 이제 알 것 같다. 혼자 뛰면 나와의 싸움이라 고독할 때가 있는데, 러닝에 흥미를 처음 느꼈던 군대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뛰었기 때문에 재밌었던 것 같다. 서로 응원하며 뛰는 그 재미와 힘이 큰 차이를 만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번 50km 챌린지는 실패했지만, 러닝에 대한 흥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추후에 또 도전해보려고 한다.
3. 책 1권 완독해보기 - 실패
이번 달에 독서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이동시간 동안 내가 너무 핸드폰만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핸드폰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데, 의미 없이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 시간을 차라리 독서에 쓰자는 생각이 들어 결심하게 됐다. 어릴 때는 그래도 책을 꽤 읽었던 것 같고, 군대에서는 여가시간에 할 게 없어서 많이 읽었지만, 그 이후로는 책을 거의 손에 잡지 않았다. 필요할 때만 찾아 읽었을 뿐, 성인이 된 이후로는 독서를 진득하게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이번 독서 챌린지는 목표했던 책의 80%까지 읽었지만, 완독은 하지 못했다.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책을 읽기보다는 이동시간이나 짧게 남는 시간들을 활용해 읽기로 했기 때문에, 퇴근 시간처럼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책을 펼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비록 완독은 못 했지만, 거의 다 읽었고 나름 배운 것도 많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독서를 하면서 느낀 점은, 책 읽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달에 읽은 책은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가" 라는 철학 관련 책이었는데, 사실 나는 예전부터 철학에 조금 관심이 있었다. 학부 시절에는 ‘철학과 물음들’이라는 과목을 수강했고, A+를 받았던 기억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책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단순히 내용이 재미있어서 즐겁다기보다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실제로 어느 날은 지하철과 버스를 오가며 책을 읽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집에 도착했었다. 평촌에서 집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는데도 말이다. 또 어떤 날은 책의 한 구절을 읽고 거기서 파생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느라 읽은 페이지는 적었지만, 그 생각의 과정만으로도 깊은 만족감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책은 내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준 매체였다. 독서 덕분에 이동시간에 의미 있는 할 일이 생겨 만족스러웠고, 책의 다음 내용이 궁금해 가방에 넣고 기대감을 안고 집을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독서는 이번 달 나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독서를 하며 종종 핸드폰 메모장에 내 생각을 간단히 기록하곤 했는데, 그 일부를 아래에 적어본다.
너무 많아서 일부만 공유해본다!
4. 평소 먹어보지 않은 새로운 요리 해보기 - 성공
이번 달에는 쿠팡으로 식료품을 많이 사놨다. 요리를 평소에도 해먹는데, 이번 달에는 닭다리살 정육 2kg을 두 번 사서 때로는 고추장 베이스로, 때로는 간장베이스로 요리를 해봤다. 냉동 닭가슴살로 반찬을 해 먹기도 했고, 떡볶이와 계란찜도 만들어 먹었다. 이 외에도 사진은 못찍었지만, 에그마요 샌드위치와 오뎅탕도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달에도 꾸준히 요리해 먹어야겠다. 다만, 좀 색다른 요리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5. 할로윈데이 분위기 즐겨보기 - 성공
할로윈 분위기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어서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귀찮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민국이와 함께 즐기기로 약속했으니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할로윈이 평일이라 우리는 그 전 주 토요일에 압구정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전날, 턱에 갑자기 크게 뭐가 나서 면도하다 상처가 난 듯 보기 흉한 상태가 됐다. 어쩔 수 없이 대일밴드를 붙였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컨셉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머리가 기니까 일본 스타일로 꾸며보자고 마음먹었다. 집에 있던 일본 Y-3 유니폼을 레이어드해 입고, 머리는 풀어헤친 채 준비를 마쳤다. 민국이랑 이런저런 농담도 주고받으며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즐겼다.
그렇게 압구정에 도착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이 적었다. 원래 붐빌 줄 알았는데, 다른 지역에 사람들이 더 몰린 모양이었다. 우리가 압구정을 선택한 이유는 동인이가 오늘 일을 마치고 또 압구정에 일하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해서였다. 겸사겸사 동인이를 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장소를 정한 것이었다.
압구정에 도착해서 우선 둘이서 오뎅바를 갔다. 뜨끈한 오뎅국물이 땡겼고 조용히 둘이서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술을 거의 안 먹는데, 이 날은 민국이가 그래도 술을 먹어달라고 해서 소주 대신 하이볼을 선택했고, 민국이는 항상 소주를 먹기 때문에 소주를 시켰다. 민국이는 내 군대 동기로서 부산에서 태어나고 울산에서 자랐다가 대학교는 다시 부산에서 나온 친구인데, 나중에 고향에 아는 누나가 온다고 해서 그 분이 오실 때까지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오뎅바에서 약 2시간 동안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사실 이 시간이면 평소에 자는 시간인데, 오늘은 첫차를 타고 가기로 했던 터라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카페에 들러 디카페인 커피를 하나 테이크아웃한 뒤, 민국이의 지인이 온다는 방향으로 산책을 시작했다.
산책 중에 동인이에게 디엠을 보내봤는데, 마침 압구정에 있다고 해서 시간이 되면 얼굴이나 한 번 볼까 싶었다. 동인이는 군대 동기이자 모델로 활동하면서 동대문 쪽에서 다이닝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고, 주말에는 가끔 '이글'에서 바텐더로도 일하는 다재다능한 친구다. 연락해보니 압구정 로데오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이글' 라운지에 가볼까 했지만, 할로윈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디엠을 주고받은 지 40분 정도 지났을 때, 길을 걷다가 우연히 동인이가 지인이랑 지나가는 걸 마주쳤다. 뭔가 볼 것 같았는데, 우연히 마주치니까 더 반가웠다. 민국이가 먼저 알아보고 내가 인사를 건넸다. 멀리서 봐도 츄리닝을 입은 동인이를 알아볼 수 있었고, 오랜만에 봐도 모델은 모델이었다. 그렇게 셋이서 길거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동인이는 일을 하러 '이글'로 향했고 나는 다시 민국이와 함께 민국이 지인이 온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민국이의 지인분을 만나 함께 2차로 이동했다. 2차 장소는 압구정에 올 때마다 웨이팅 때문에 들어가 보지 못했던 '모퉁이집'이었다. 문어숙회, 보쌈, 만두전골을 시키고 맥주와 소주를 곁들였는데, 나는 소주는 마시지 않고 맥주만 마셨다.
사실 할로윈을 즐긴다기보다는 오랜만에 제대로 먹으러 나온 것 같았다. 3차로는 '새우공장'에 가서 관자요리와 생맥주를 마셨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집에 갈까 싶었지만, 민국이와 지인분께서는 아직 멀쩡한 상태라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민국이가 신사에 음악을 잘 틀어주는 라운지가 있다고 해서 4차로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힙합 라운지는 운영을 멈춘 상태라 자연스럽게 EDM 라운지로 옮겼는데, 소음에 귀만 혹사당하고 금세 나와버렸다. 최근에 새벽까지 이렇게 논 적이 거의 없었지만,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넘겼다. 민국이와 함께 있으면 내가 조금이라도 젊어진 기분도 든다.
그렇게 시작된, 할로윈을 빙자한 먹자 투어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다음날이 월요일이 아니라서 여유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일상이 깨진 탓에 너무 힘들었다. 챌린지가 아니었더라면 일찍 자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겠지만, 이번 경험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밤새 놀아볼 수 있었다. 다만, 이제는 확실히 밤샘은 내게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ㅋㅋ
6. 봉사활동 신청해보기 - 성공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 보상없이 남들을 돕는 그 자체로 행복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신청하려면 1365 자원봉사포털에 들어가서 원하는 봉사활동을 신청하면 됐기에 굉장히 간단했다. 혹시 봉사활동을 하고 싶으면, 아래 사이트를 참고해서 꼭 실천해봤으면 좋겠다.
https://www.1365.go.kr/vols/1572247904127/partcptn/timeCptn.do
나는 시간인증봉사 말고 활동인증봉사를 하기로 했다. 우연히 내가 사는 양천구에서 하는 모아 챌린지가 있었고 해당 챌린지는 DB모아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봉사활동이었다.
https://moa.seoul.kr/hmpg/chmg/chmgListPage.do
사실 해당 내용은 '봉사활동' 이라기 보다는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실천을 공유하는 정도이다. 봉사활동의 루트를 알게 됐고,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게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제부터 작은 것이라도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실천하고자 한다. 봉사활동을 알아보는 도중, 집 가까이에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하는 과외 봉사가 있었다. 다음 달에는 그걸 한 번 해보려고 한다.
7. 스포츠펍에 가서 스포츠 즐기기 혹은 경기장에서 직접 보기 - 성공
이라크랑 하는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A매치를 볼까 하다가 용인에서 경기가 열려서 거리가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요즘 축구협회가 말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챌린지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교롭게 아이콘매치가 한국에서 열린다고 해서 차라리 아이콘매치를 직관하기로 결심했다.
아이콘 매치는 예전에 이름을 날렸던 레전드 선수들이 초청되어서 경기를 뛰는 이벤트였다. "공격수 팀 vs 수비수 팀" 이라는 기획으로 공격수 11명과 수비수 11명이 경기를 뛰면 어떤 팀이 이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기획된 매치였다. 해당 매치는 참신한 건 둘째치고 일단 너무나 레전드격인 선수들이 많이 초청되어서 화제가 됐다.
넥슨에서 주최하는 경기로, 선수진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하다.
공격팀(FC 스피어) 명단
감독 : 티에리 앙리, 코치 : 박지성
선수명단 : 디디에 드록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카카, 루이스 피구, 안드리 셰브첸코, 에덴 아자르, 알렉산드르 델피에로, 카를로스 테베스, 마이클 오언, 마루앙 펠라이니, 디에고 포를란, 히바우두, 안정환, 이천수, 김병지, 김용대
수비팀(쉴드 Utd)
감독 : 파비오 칸나바로, 코치 : 이영표
선수명단 :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야야 투레, 안드레아 피를로, 클라렌스 시드로프, 카를레스 푸욜, 레오라르도 보누치, 욘 아르네 리세, 에드윈 반데사르, 김남일, 박주호, 아디, 양민혁
이 중에서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만 6명이다. 히바우두, 피구, 오언, 셰브첸코, 칸나바로, 그리고 카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이 이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발롱도르는 실력뿐 아니라 임팩트와 팬들의 지지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때로는 운도 작용하는 상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티에리 앙리"의 열렬한 팬이다. 어릴 때부터 아스날을 정말 좋아했는데, 아스날 특유의 '아트사커'에 매료됐던 내 어린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새벽에 일어나 축구 경기를 보며 환호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의 아스날은 내게 특별했고, 특히 앙리는 아스날의 레전드로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아마 대한민국에서는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과거 덕분에 앙리가 더 친숙할 것이다. 나는 앙리를 너무 좋아해서 축구 유니폼을 맞출 때면 늘 그의 등번호인 14번을 선택하곤 했다. 나에게 티에리 앙리는 단순한 축구선수가 아니라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사실 내가 사용하는 몇몇 비밀번호는 앙리가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콘 매치에서 앙리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이미 큰 행복이었다.
19일은 축구 경기 대신 슈팅 대결, 1대1 대결, 슛파워 대결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준비된 날이었고, 20일이 본격적으로 90분 동안의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나는 19일 토요일 이벤트를 예매했고, 당일 혼자 보러 갔다. 원래는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지만, 친구가 급하게 일정이 생겨 혼자 가게 되었다. 그래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TV로만 봤던 축구 레전드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에 혼자여도 충분히 행복했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경기를 마치고 나오니 주변에 분위기 좋은 야장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와 함께 왔더라면 들러서 맛있는 걸 먹었을 텐데, 지하철도 붐비고 피곤해서 그냥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추후에 Day1 구매인증을 한 모든 분들을 대상으로 딱 300명에게 싸인 지류티켓을 선물로 준다고 했는데, 슛포러브에서 내가 당첨됐다는 문자가 온 것이다!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ㅎㅎ 여러 레전드 선수들 중 랜덤으로 한 명의 친필 싸인이 담긴 티켓이 배송된다고 했는데, 놀랍게도 내가 받은 싸인은 바로 "푸욜" 선수의 것이었다.
푸욜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모든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안티 팬도 거의 없고, 프로페셔널함의 상징 같은 선수다. 그의 외모가 노사연님을 닮았다는 이야기가 한국에서는 유명하지만, 훌륭한 선수이자 인간적으로도 존경할 만한 사람인 것도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앙리의 싸인은 아니었지만, 푸욜의 싸인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기뻤다. 이로써 축구장 직관가기 챌린지는 기분좋은 선물로 마무리됐다.
+ 축구펍 직관은 10월에는 못 갔고, 11월 2일 에는 갔다 ㅎㅎ(아스날 vs 뉴캐슬 ... 이 때 1대0으로 졌다ㅠ)
8. 안 먹어봤던 음식 먹으러 가보기 - 성공
마지막으로 족발을 먹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랜만에 족발을 먹게 됐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자취 중인 민국이가 추천한 동네 맛집 ‘주왕족발’에서 저녁을 먹게 됐는데, 즉흥적으로 간 곳이었지만, 진짜 맛있었다. 족발은 오래 먹다 보면 느끼해지기 마련인데, 여기는 느끼하지 않아서 좋았고, 반찬들도 맛있었다. 역시 민국이는 배신하지 않는다.
시형이와 현이랑 함께 점심으로 인도 음식을 먹었다. 색다른 음식을 먹어보자는 의견이 나와 근처 인도식당을 찾았는데, 인도식당에 찾아가서 외식을 한 기억은 현이랑 군대에서 갓 전역해서 먹어본 것이 마지막일 정도로 오랜만이었다. 난은 정말 맛있었고, 탄두리 치킨, 시금치 카레, 매운 카레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식단이었다. 셋 다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저녁에는 현이와 둘이 돼지 한 판을 먹으러 갔다. 현이가 요즘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기분 좋게 내가 한 판을 샀다. 챌린지를 할 때 항상 ‘친구에게 맛있는 밥 사주기’를 넣고 싶었는데, 너무 흔한 일이기도 해서 따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밥 사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친구가 맛있게 먹으면 더 기분이 좋다. 이날은 정말 원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은 날이었다. 이 날 느낀 것인데, 앞으로 고기를 식당에서 주기적으로 먹으러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고기를 먹으면 든든하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대흥쪽에서 과외를 마치자마자 너무 배가 고파서 근처 보이는 식당에 그냥 들어갔다. 쭈꾸미 간판만 보고 혼자 들어갔는데, 들어가서 1인 식사가 되냐고 여쭤봤고 된다고 하셔서 아주머니께서 1인 쭈꾸미를 준비해주셨다. 나는 쭈꾸미같은 식감을 좋아해서 많은 쭈꾸미 집을 경험해보긴 했다. 그래서 평소 안 먹어본 음식은 솔직히 아니지만, 그래도 저번달에도 먹은 기억이 없고 이번달도 이번 식사가 첫 쭈꾸미였기 때문에 사진을 첨부해본다. 쭈꾸미의 마무리는 볶음밥이기 때문에, 볶음밥도 야무지게 클리어하고 가게를 나왔다. 근데, 가격대비 만족할만한 식사는 아니었고, 맛도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배고픔을 달래주기에는 충분했다.
다음은, 예비군 때 점심으로 먹었던 양식B 식단이다. 예비군에 입소할 때, 점심식사로 한식A로 할 것이냐, 양식B로 할것이냐를 묻는데, 양식B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는 한식이 좋기 때문에 한식A로 선택하곤 했는데, 대부분이 한식A를 선택하기 때문에 막상 식사시간이 되면 줄이 엄청 길어서 엄청 오래 기다린 경험이 있다.
이 경험 이후에, 나는 예비군이 있을 때면, 양식B로 선택한다. 반찬 구성도 한식A랑 몇몇개만 다르지, 대부분 비슷하고, 줄 차이가 현저히 나기 때문에 빠른 식사를 하고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맛도 솔직히 양식도 맛있다. 양식B 기억해라! 이 때 역시 양식B 줄이 확실히 짧았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과외끝나고 과외학생이랑 같이 먹은 초밥세트, 너무 배가 고파서 같이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 학업적인 이야기 말고도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나눠서 좋았다. 과외학생과 더 친해진 느낌이 든 시간이기도 했다.
9월에 한 번 피자를 먹긴 했는데, 피자 먹은지 한 달이 좀 지났기도 해서 피자도 먹어봤다. 사실, 어떤 음식이 땡기면 웬만하면 그냥 참는 성격이다. 근데, 이번 챌린지는 "생각나면 먹어보자"라는 취지이기도 해서 땡기면 그냥 먹곤했다. 그래서 외식비가 많이 나온 달이기도 했는데, 이 날도 피자가 그렇게 땡기길래 집 앞 피자몰에 가서 신메뉴를 먹어봤다! '자이언트치즈 옥수수 피자'라고 해서 감자칩은 없을 줄 알았는데, 피자 위에 감자칩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불호였다. 간이 좀 많이 짰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먹으니까 사실 물렸다. 그래도 신메뉴를 먹어본것에 의의를 뒀다.
9. 평소에 신지 않던 신발 신어서 신발 사진 찍어보기 - 성공
신발 사진 찍어보기는 생각이 잘 안나서 다 못 찍었지만, 찍은 사진이라도 공유해본다. 흰 신발과 구두도 신었는데, 미처 찍지 못했다.
내 풋살화 오른쪽에는 내 이름 끝자인 "YEOB" 이 새겨져 있고, 왼쪽에는 "ALLU" 가 새겨져 있다. 알루와 나는 항상 함께 공을 찬다. :)
10. 일주일 동안 월화수목금 군대 시간대로 생활해보기 - 실패
이 챌린지는 애초에 챌린지 설정할 때부터 난이도를 별 5개로 설정하면서 가장 힘든 챌린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역시 그랬다. 몇 번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성공하는 듯 했지만, 가장 길게 간 streak 수가 이틀이었고, 연속해서 군대 시간대로 생활해보는 것이 사회에서는 쉽지 않았다.
이 챌린지는 내가 향후에는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이 챌린지를 도전해서 성공하고픈 이유는 군대에 있었을 때 규칙적인 기상시간이 나를 건강하게 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역한 이후에 한 4개월동안 정말 새벽 4시-5시 기상을 유지한 적이 있었다. 이 때 특히 건강한 몸은 건강한 정신을 만들고 하루를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서 언젠가는 다시 이 패턴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이상으로, 10월 챌린지를 마무리한다. 11월에도 나의 일상에 굳이 챌린지를 녹여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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