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각종 경험들

27사단 이기자부대에 빅뱅 대성과 파친코 배우 노상현과 함께 입소하다

letzgorats 2024. 5. 18. 17:33

훈련소 때의 사진

 

오늘은 내가 신병훈련소에 입소했었을 때의 경험을 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지금은 없어진 27사단 이기자부대에서 군복무를 했다.

한 때 빡센 순위 S랭크에 속한 부대

 

위 그림에서처럼, 이기자부대는 상당히 빡센 부대로 정평이 나있어서 사실 정말 암담했다. 미필자 입장에서 군대 들어가기 전이 가장 슬픈 것 같다. 사실, 나는 대학교 1학년이 끝나고, 2018년 1월 2일 7사단 칠성부대로의 입대가 정해졌었다. 하지만, 7사단 칠성부대는 빡센 랭크의 A랭크에 속해있었던 부대였다. 그것도 그렇고 새해 1월 2일부터 군입대를 하기 싫었다. 조금 더 사회를 맛보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개강 전에는 무조건 군대를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입대 5일전에 지원을 했고 걸린 곳이 칠성부대보다 더 빡센 랭크인 이기자부대에 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2018년 3월 13일, 속세를 뒤로 한 채 눈물을 머금고 입대를 하게 된다.


빅뱅 대성 (출처 연합뉴스)

 

강원도 화천에 있는 27사단 신병 교육대에 입소를 하게 되는데, 빅뱅 대성이랑 입대 동기였어서 여러 언론사에서 많이 왔던걸로 기억한다. 훈련병 때 나는 3생활관, 빅뱅 대성은 1생활관에서 생활을 해서 웬만한 훈련은 같이 받았다. 체력검정을 할 때는 내가 3km 달리기를 전체에서 1등을 했었는데, 대성이 아마 3등인가 4등을 하고 들어와서 "어우~잘뛰시네요~" 하면서 악수를 청하면서 말을 몇마디 해본 걸로 기억한다. 엄청 성격이 좋으셨다. 나중에 퇴소를 할 때 사인을 받는 애들도 엄청 많았고 조교들도 사인을 받았는데, 나는 굳이 받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사람이 많은데, 굳이 방해주기 싫었다.

훈련소 때 매일매일 썼던 감사메모


배우 노상현 형(출처 : 스티브튜브)

 

빅뱅 대성 말고도 우리 생활관에서 같이 동거동락했던 형 중에 스티브 형이 있었는데, 한국 이름은 노상현 형이 있었다. 인상이 무섭긴 했어도 진짜 엄청 착하고 어른스러웠다. 언제는 티비를 보다가 너무 낯이 익어서 봤는데 바로 그 노상현 형이였다. 찾아보니 재작년인가 넷플릭스 '파친코'로 확 뜬 것 같았다.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반갑기도 했고 성공한 모습을 보니까 멋있었다.

 

그 때도 엄청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남자다움의 정석이었다. 언제는 그 형한테 나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었는데 나에게 Owen 이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나는 그 이름을 지금까지도 영어이름으로 쓰고 있다.




체력검정 에피소드가 기억이 난다. 체력 검정을 할 때, 3km 만큼은 내가 모든 훈련병 중에서 가장 잘 뛰었다. 실제 체력 검정 테스트가 있는 날 1주일 전에, 두 번에 걸친 연습 3km 체력 검정에서 모두 내가 1등으로 들어왔었는데, 상현이 형이 아마 3등인가 4등인가 그랬다. 그래서 실제 체력 검정 테스트가 있는 날에는 상현이 형을 1등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 생활관 사람이기도 했고, 연예인이기 때문에 수료식 때 이런 사람들이 상을 받도록 약간 밀어주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물론 상현이 형이 상을 당연히 받아 마땅했다. 사격도 잘했고 체력검정에서도 다 우수했기 때문에 관례상 수료식 때 상을 받는 것은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3km 체력검정에서 1등을 하지 못한다면, 보는 눈도 있고 그 순위가 밀려나기 때문에, 못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실제 3km 체력검정이 있었던 날, 상현이 형이 1등으로 들어오게 하도록 우리 생활관 애들도 밀어주자고 의기투합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잘 뛰니까 최대한 다른 사람들을 견제하면서 상현이 형과 페이스를 잘 맞추기로 했다.

 

그렇게 3km 검정이 시작됐고, 상현이 형은 그날따라 유독 잘 뛰었다. 초반부터 1등으로 치고 나갔고 계속 1등을 유지했다. 나는 스타일이 초반부터 1등을 치고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제치는 맛으로 달리기를 하는 성향이라서 상위권 무리에서 뛰다가 하나 둘씩 제치면서 페이스를 이어갔다. 두 바퀴까지는 내가 다섯번째 정도였다. 1바퀴 반이 남은 시점에서, 슬슬 스퍼트를 올렸고, 하나 둘 씩 제쳤다. 이제 내 앞에는 상현이 형 뒷모습만 보였다. 어느 정도 거리차이가 나는 갭이였다.

 

이게 한 사람을 제치더라도 멈추면 안되는 것이, 제침을 당한 사람이 "아 저 사람은 못 재끼겠다" 라는 느낌을 주도록 "제쳤다..!"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도 계속 갭을 벌려야 뒷사람의 의지를 꺾을 수 있어 경쟁을 끝까지 안 할 수 있다. 나는 이 생각을 가지고 항상 3km을 했기 때문에, 기존의 2등을 재끼고 내가 2등으로 올라선 순간에도 1등인 상현이 형을 제친다는 마인드로 선두로 달리는 상현이 형 뒤를 계속 쫓아갔다. 그렇게 되면 나에게 재껴진 사람은 계속 달려나가는 내 뒷모습을 보고 "아, 저 사람의 의지는 진짜 1등을 하겠다는 의지겠구나" 하면서 어차피 1등을 못하겠다는 느낌을 줌과 동시에 의욕을 떨어뜨림으로써 거리를 벌릴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계속 따라올 수 없도록 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나는 상현이 형을 1등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상현이 형을 끝까지 압박하는 척하면서 뒤에 있는 사람은 마치 내가 1등을 목표로 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뒤따라오는 상대방의 의지를 꺾는 것이 내 전략이였다. 이 때, 최대한 힘든 척을 안하면서 여유로운 척을 하는 것도 전략이다. 마치 "나 아직 체력 많이 남았어~ 따라올 생각하지마~" 라고 메시지를 던지는듯한 폼으로 달려야 한다.

체력검정이 있었던 날 내가 썼던 일기ㅋㅋㅋㅋ(훈련병 때는 매일 일기를 썼

 

이렇게, 최종 목표 지점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는 상현이 형이 끝까지 달릴 수 있도록 일부러 막판 스퍼트를 냈다. 그러니까 경주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소대 훈련병들이 일제히 환호를 했다. 그들은 내가 상현이형을 제친다고 생각했겠지만, 이것도 내 전력이었다. 사람들이 환호를 한다면 뒤에서 누군가 따라온다는 느낌이 드니까 상현이 형도 약간 더 빨리 달릴 것이다. 상현이형이 계속 포기하지 않고 뛰게 하려는 내 전략이 통했던 순간이다.

 

그렇게, 상현이 형 옆까지 왔지만, 상현이 형을 재끼진 않고 옆을 보면서 여유롭게 말을 걸어주면서 뛰었다. "형 괜찮아요 저에요, 저 형 안 제칠거에요. 형 1등 시켜드릴게요. 계속 뛰세요" 하면서 다시 살짝 보폭 템포를 길게 가져가면서 뒤로 갔다. 그렇게 결승선을 얼마 안 놔두고 상현이 형이 들어가고 내가 곧바로 2등으로 들어갔다. 3등은 한 20초 후에 나타났다. 상현이 형과 나는 결승선을 지나고 서로 하이파이브와 포옹을 하면서 형이 고맙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스티븐 형은 수료식 때 종합 3등으로 사단장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수료식 날 자대배치를 받기 전 상현이형의 휴대폰 번호를 받았었다. 그 때는 막 장난으로 내가 형 매니저한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당연히 카톡에 뜨지 않는다.

연예인들과 잠시나마 스쳤던 군대 경험도 나에겐 다 추억으로 남아있다.

훈련소 사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