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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양천구, 구로구, 영등포구 일대] 빠르게 움직여야 많이 번다, 배민커넥트!

letzgorats 2024. 4. 1. 05:49

오늘은 2021년, 코로나로 인해 배달수요가 많아진 시점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던 썰을 풀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요식업 자영업자분들께서 이 시기에 홀보다는 배달 위주로 업을 이어나가신 걸로 기억한다. 자연스럽게 나도 배달이라는 것을 해보게 됐다. 

 

지금이야 많은 배달업체들이 있지만, 저 때는 한창 배민커넥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던 때였다.

'배달의 민족'이 그래도 가장 대중성있는 배달어플이기도 하고 우아한 형제들에서 선보인 "누구나 배달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에 눈이 갔기에, 나도 "한 번 해보자" 라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배민커넥트 아르바이트

 

한창 이 시기에 카공을 많이 했었다. 카페가서 커피를 사는 것이 거의 고정지출이였는데, 뭔가 지금 생각해보면 돈이 정말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일주일마다 한 번 씩 정산된 돈이 지급되는 배민커넥트는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시간당 급여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동일한 시간에 많이 뛰면 많이 뛸 수록 돈도 많이 버는 구조가 맘에 들었다. 먼저, 배민 커넥터로서 자격을 얻으려면 사전 교육을 들어야 했다. 사전 교육은 온라인으로 다 진행할 수 있어서 간편했다. 신청 -> 전자 계약서 작성 -> 교육 영상 시청 등으로 순서가 정해졌고, 배달장비나 필요한 서류를 등록해야 했다.

 

보통 하루 루틴은 이랬다. 평일에는 공부가 끝났을 무렵, 집에와서 가방을 놓고 밤 시간 대에 돌아다니거나, 주말에는 배달수요가 많은 저녁시간부터 밤까지 했던 것 같다. 도보/ (전기) 자전거 / 전동 킥보드 / 자가용 을 이용해서 고객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간단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기동력이 좋아야 많이 벌 수 있었고, 생각보다 대한민국 주택구조가 다양하다는 것도 깨닫게 된 알바였다.

 

나는 도보로도 하고, 전기 자전거로도 하고, 엄마 자가용으로도 드라이브할 겸 함께 배민커넥트를 나간적도 있었다. 그래도 수입은 생각보다 쏠쏠했다. 거리가 멀 수록 금액이 더 높아지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진짜 다양하게 다녔었던 것 같다. 마곡에서 영등포까지 뛴 적도 있고, 그냥 이 때는 이 아르바이트를 나름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막 쏘다니면서 운동도 되는 것 같았고, 뭔가 하면서 나도 모르게 책임감 같은 것도 생겨서 더 빠르게 움직이려고 했던 것도 있었다.

이게 콜 구조가 'AI 배차' 모드가 있고 '일반 배차'모드가 있었는데, 나는 거의 'AI 배차' 모드로 해놓고, 필요시에 '일반 배차 모드'를 사용했던 것 같다. AI가 추천하는 효율적인 배달동선이 나에게는 조금 더 맞았었던 것 같다. 

 

배달 방식은 어떤 배달을 수락하고 그 배달건에 대한 음식을 식당으로부터 받은 시점부터 바로 다른 배달건도 받을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하나의 식당인데, 배달어플에는 다른 식당으로 운영되는 곳에서는 한 번에 여러 건수를 잡을 수도 있었다.

내가 동선을 생각하면서 신속하게 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는, 미리 음식을 받았다고 하고 다른 배달건수도 받은 사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얼마 안 가서 해당 식당이 나오거나 고객의 집으로 향하는 동선에 있는 식당에서 배달콜이 오면 추가 배달을 받았었다. 그래도 큰 실수 없이 대체로 고객 예상 대기시간보다 일찍 배달을 완료했었다. 

 

한 번은, 정말 특이한 구조를 지닌 아파트가 있었는데, 엘레베이터가 1층에 없고 2층인가 3층부터 있었나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호수도 굉장히 헷갈리게 되어 있었다. 보통 1,2,3,4 이렇게 순서대로 호수가 붙어있어야 하는데, 1,5,7 이런식으로 불규칙한 호수끼리 묶여진 아파트도 있었다. 아파트 뿐만 아니라, 주택에 배달을 갈 때도 많았는데, 지도 상으로는 거리가 얼마 안됐지만, 엄청난 경사를 지닌 주택가인 집이라서 올라가는데 애먹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 몰래 배달을 시켜서 친구들이랑 같이 미리 1층에 나와있는 학생 분들도 계셨다.

또, 앞에서 배달 완료 사진을 찍는데 고객과 마주친 적도 있었고, 음식을 배달하러 가는데, 1층에서 퇴근하시고 막 집에 올라가시려는 고객분에게 바로 음식을 전달한 적도 있었다. 거주지 형태가 아니라 모텔에서도 배달을 그렇게 많이 시키는 줄 몰랐다. 모텔 엘레베이터 공간에서는 나만 배달음식이 내 여자친구였다. 


 

이 외에도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몇몇 있었다. 

바로 '현금 결제/만나서 결제'로 결제를 선택한 고객을 처음 만났을 때다. 심지어 이 때는 배민 커넥터로서 일을 한지 첫 날이었다. 나는 이 때 얼마나 당황했냐면, 해당 배달을 받고나니까 '만나서 결제' 였었는데, 심지어 다음 배달도 있어서 잠깐 멈춰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고민할 수도 없었다. 그럼 계속 다음 배달은 늦어지니까 말이다. 가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첫 배달의 목적지가 완전 주택가 꼭대기여서 조금 길을 헤맸었고 시간을 더 이상 오버하면 안 됐었다.

21년까지만 하고 22년부터는 폐지된 '만나서 결제'...라떼는 있었다!ㅋ

 

근데,, '만나서 결제' 라니...!! 당황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가면서 찾아보는데, 이럴 때는 카드 리더기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진짜 이를 어쩌면 좋냐...!! 정말 당황했다. 이미 배달음식은 나에게 있고, 다음 행선지도 있어서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도 없고, 근데 카드리더기도 없어...내가 생각한 대안은 이랬다.

 

나에게 현금은 있다..혹시 고객이 현금결제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생각해서 돈을 챙겨온 나의 과거가 다행임과 동시에 카드로 만나서 결제를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빠르게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우선 해당 집으로 올라가기 전, 내 계좌를 은행명과 함께 종이에 예쁜 글씨로 썼다. 
그리고 나를 그냥 배달원으로 생각할 거니까, 가게 리더기가 오면서 고장났다며 양해를 최대한 구한 다음에, 그 종이를 건네 드리면서 여기로 바로 계좌이체를 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이였다. 그 때 시간대는 한 오후 2시정도의 점심시간이였고, 아마 이체하는데는 문제없는 시간이였다.
그리고, 나는 고객으로부터의 돈이 들어오면, 배민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내가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가상계좌나 입금할 계좌를 알려주시면 그 돈을 바로 입금해드리겠다" 고 말하는 것 까지가 내 계획이였다.
(만약 돈이 빠르게 안 들어오면, 내 돈이라도 우선 고객센터에 보내드리려고 했다. 결국 문제는 고객과의 대면 상황을 얼마나 유연하게 푸느냐가 관건이였다.)

 

급한 상황에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우선 고객 집으로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배달음식을 건네 드렸다.  나에게 건네주신 것은 돈이 아니라 카드였다...나는 리더기가 없지 않은가..?! ㅋㅋ 오케이 이제 내가 생각한 대로만 말하면 된다.

 

(이 때 좀 배달첫날이라 안 그래도 당황한 표정이였을 것이다. + 정말 죄송한 표정을 지으면서 + 그래도 이런 일을 종종 겪는 프로 배달러인 것처럼 너무 당황한 티를 숨기면서 + 약간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조금 고생했다는 미세한 어필과 헐떡임과 더불어)

"아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갑자기 오면서 리더기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혹시 죄송하지만 이쪽으로 계좌이체를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제발 유하게 넘어가시는 분이여라!! 다행히, 아주머니는 조금 당황을 하신 듯 했지만, 종이를 건네받으셨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키 큰 아들에게 그 종이를 건네셨다. 그렇게 맛있게 드시라는 말과 함께 일단락 됐다.

 

 

이제는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면서 공중에 뜬 돈을 해결해야 한다.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계속 고객센터 번호를 어플 내에서 찾았다. 근데, 이런식으로 적힌 곳을 봤다. [만나서 결제에서 상황이 부득이한 경우, 해당 계좌로 입금을 하면 됩니다] 라는 식으로 친히 계좌번호가 작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긴장이 싹 내려가면서, 다시 빠르게 5층으로 올라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다행히 돈은 나에게 아직 안 들어왔고, 다시 문을 여신 아주머니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계좌번호를 잘못 드린 것 같아서 다시 계좌번호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이번에는 종이도 빌리고 펜도 빌려서 "배민커넥트 계좌번호"를 제대로 적어드리고 나왔다.

(나중에는, 리더기가 없을 때는 고객님의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정보동의와 고객님께 싸인만 받으면 됐었다.)

 

그렇게, 문제를 다행히 해결하고 빠르게 다음 배달 목적지로 갔다. 첫 날이라서 정말 당황했지만, 처음부터 만나서 결제 배달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배달콜을 받을 때, 해당 배달이 당연히 앱에서 결제된 배달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만나서 결제'인지 '이미 앱에서 결제'된 콜인지 한 번 더 확인하고 받을 수 있었다.

 

이게 '만나서 결제'는 '이미 앱에서 결제'된 것보다 단가가 높아서 거절할 수는 없는 배차이기도 한다. 너무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나중에는 그냥 콜을 잡고, 리더기가 없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서 직접 고객님의 카드 번호를 어플에 입력하고 고객님 사인을 받는 식으로 진행했다. 물론, 대부분은 '이미 앱에서 선 결제'된 배달이긴 하지만, 처음에 저런 당황을 겪으니까, 나중에는 생각보다 할 만 했다.


 

이 외에도, 정말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가에 배달을 갔을 때, 길을 당최 모르겠어서 고객님께 주변에 왔는데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전화하면서 배달을 한 적이 있다. 주택에 배달을 갈 때는 주소가 정확히 안 나와있어서 근처에 오면 주택에 적혀있는 주소팻말을 봐야하는 경우가 흔했다. 근데, 배달 목적지의 주소가 적혀있지 않았고 , 결국 정말 조그만 반지하 철문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문 앞에 배달음식을 놔드렸다. 이 때, 조금 고객이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근데, 정말 외부인이라면 쉽게 못 찾았을 것이다. 보통 이렇게 집 위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곳에서 배달을 시키면 요청메시지에 "빨간 대문 앞에 놔주시면 돼요." 라든지 "대문 열고 왼쪽으로 더 들어오시면 계단있는데, 그냥 거기에다 놔주시면 돼요" 등등 요청메시지에 힌트를 제공해주신다.  

 

한 번은 주택으로 배달가는 도중, 요청메시지에 집 앞에 오면 "전화를 꼭 해주세요"라고 되어 있으셔서 도착을 하고 전화를 걸었다. 밤 늦은 치킨배달이어서 혼자 사시는 남성 분일거라고 예상이 됐다. 이럴 때는 괜히 무섭기도 하다. 전화를 꼭 해달라는 건 뭘까 싶기도 하고,,ㅋㅋ

근데, 전화를 진짜 한 10통 넘게 걸었는데 계속 안 받으셨고, 문자도 드렸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으셨다. 주택가여서 그냥 놓고 가자고 하니, 치킨을 철문 앞에 놓아버리면 길고양이가 음식에 손을 대거나 다른 곤충들이 들어갈 수도 있어서 그러진 못했다. 완전 밤이라서 살짝 분위기가 무섭기도 한데, 계속 아무런 응답이 없으셨다. 

"왜 연락도 안 받았는데, 문 앞에 놓고 가냐?"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끝까지 연락을 시도했다. 다른 배달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우선 밀린 배달은 없었고 이게 먼저였다. 조금 답답함을 많이 느낀 순간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끝내 전화를 안 받으셨고, 문자로 "죄송해요. 문 앞에 놓고 가시면 돼요." 라고 문자가 20분만에 왔다. 아마 게임중이시거나 샤워중이실거라고 애써 생각하고, 그럼 왜 전화를 꼭 해달라고 요청메시지를 주셨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발길을 돌린 적도 있다.


 

갤러리에 있던 몇장의 사진들

 

나의 배민커넥트 아르바이트는 재밌으면서 배달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고충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였다. 반대로, 내가 고객일 때 어떻게 행동해야 조금이나마 편하게 일을 하실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배달을 하면서도 고객님의 음식이 내 음식인 것 처럼 최대한 소중히 다루면서 빠르게 배달해드렸고, 운동도 하고 돈도 버는 순도 높은 알바였다고 생각한다. 힘듦보다는 보람이 더 큰 알바였다. 내가 가지고 가는 음식만을 기다리는 고객님께서 감사합니다~ 라는 문자 한 번 받으면 괜히 웃음이 나오는 그런 알바였다.

 


 

그래서 나는 고객인 입장에서 배달을 시킬 때도, 최대한 좋은 말들을 써주려고 한다.

(물론, 2023년 1월 1일 부터, 배달음식을 안 먹겠다고 새해목표를 잡은 이래로, 2024년 현재까지 배달을 시킨 적이 없다. 배달료가 아까워서 안 시켜먹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자영업자분들과 배달기사분들이 메시지를 봤을 때 조금 힘이 나시라고, 나는 그 메시지의 힘을 알기에, 맛이 정말 있진 않아도 별점 5개와 맛있었다는 말이나 번창하시라는 말을 항상 한다...!

아래는 내가 작성한 리뷰를 보려고 1년 4개월만에 배달어플을 다시 깔아서 내 리뷰를 찾아봤다.

 

 

요기요 어플은 1년만에 어플을 깔아서 그런지, 작성한 리뷰가 없었다..!ㅋㅋ

ㅋㅋ 근데 예전 시켰던 메뉴를 보면, 나 진짜 떡볶이 좋아한다...ㅋㅋ 떡볶이나 찜닭을 많이 시켰네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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