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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교] 대학생 첫 술집 알바

letzgorats 2023. 5. 20. 19:02

2017년 입시가 끝나고 대학생이 돼서 처음으로 한 정기 알바는 바로 술집 알바다.

 

오목교역 1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술집 알바였는데, 평소 술집알바를 해보고 싶어 했다.

비교적 집이랑도 가까운 술집이어서 고등학교 친구 재범이랑 같이 면접을 보러 간 기억이 난다.

 

사장님은 백발의 아버지 세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셨고, 사모님은 조용하지만 재밌으셨다.

워낙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히 회고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재밌게 알바했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술집이름부터가 "거리에..." 였는데, 젊은사람들보다는 직장인들이 많이 오는 술집이었고, 주변에 sbs가 있어서 촬영팀의 회식이 자주 잡혔던 것 같다.

기억나는 팀으로는 "정글의 법칙" 팀이랑 "백종원의 골목식당" 팀이 왔었고, 백종원 아저씨는 직접 뵙기도 했다. 나에게 타바스코를 가져다 달라면서 웃었던 얼굴은 아직도 생생하다.

 

금토 알바였지만 하다보니 목금토까지 하게 됐고, 나중에는 필요하면 대타도 나가는 짬이 됐다. 

지하 1층과 1층의 2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술집이었고, 대형 스크린이 있어 주말이면 축구를 보러 오는 손님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야외 테라스도 있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테이블이 많았다.

많은 맥주 말고도 안주도 정말 맛있는 게 많았는데, 맛도 맛이지만 양이 전체적으로 푸짐했었다.

늦은 밤에는 주방 아줌마께서 음식을 해주셨는데, 김치 볶음밥이 정말 맛있었고, 고르곤졸라 피자도 진짜 꿀맛이었다. 생맥주 기계 중에서 기네스 맥주를 따르는 기계만 지하에 있어서 기네스잔을 살살 들고 올라오는 경험도 생각난다. 

내 친구가 손님으로 왔을 때는 서비스로 치킨도 주신것이 기억난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주말에 대형스크린으로 같이 축구도 보면서 일할 수 있었고 회상해보면 정말 감사하게 잘 챙겨주시고 일을 즐겼던 것 같다.

 

여기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맥주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게 됐고, 포스기를 다루는 법과 맥주를 따르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맥주를 따를 때도 거품도 많이 났고, 맥주 레버를 안 닫아서 지하까지 클라우드 맥주가 샌 적도 있다. 손님을 응대하는 것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래도 거의 1년동안 하면서 나름 많이 능숙해지고 잘 하게 됐다. 

 

맥주 종류가 정말 많았는데, 성별이나 연령대에 따라서 시키는 맥주가 어떻게 다른지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스텔라나 산미구엘 같은 맥주가 여자들에게는 인기였고, 맥주를 잘 못 마신다면 맛있는 kgb나 머드쉐이크도 종종 시키셨다. 남자들은 보통 하이네켄이나 버드와이저를 시켰는데, 맥주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다들 다양하게 많이 시키셨던 것 같다.

 

보통 손님들께서는 생맥주를 많이 시키셨는데, 항상 칭따오 병맥주만을 고집하고 야외 테라스 자리에만 앉았던 두 명의 아저씨도 기억나고 혼자와서 맥주를 먹고 화장실에서 토를 엄청 한 남학생, 술에 취해 음담패설을 엄청하는 여성분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겪을 수 있었다.

 

이 때 일하면서 좋은 점은 매장 음악을 내가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로 설정할 수 있었는데, 한 번은 나이대가 있으신 손님만 있을 때는 그 나이대에 맞는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했더니 사장님이 센스가 있다고 칭찬해주셨다. 또 다른 기억남는 일은 내 친구 재범이가 나랑 하루만 같은 요일에 일했고, 다른 요일에는 중간에 들어온 여자 알바생이랑 같이 일을 하곤 했는데, 결국 재범이가 여자 알바생과 사귀는 해프닝도 있었다. 

 

군대를 가야해서 그만뒀던 알바인데, 그 이후에도 자주 지나치는 가게였다. 한 번은 군대를 전역하고 가게 앞에 나오셔서 바람 쐬는 사장님을 뵌 적이 있다. 그 때도 반갑게 인사해주셨고 서로 안부인사도 나눴다.

 

최근에 들어서야, 결국 매장이 망해서 없어진 것 같다. 코로나 때부터 임대 걸개를 거시더니, 결국 지금은 그 자리에 다른 매장이 생겼다. 그래도 오목교역 주변 가게 중에서는 엄청 오랫동안 버텼고 나름 내 추억이 있었던 가게라서 아직도 그 곳을 지나가면 그 생각이 자주 난다. 아직도 카톡 친구 목록에는 '거리에' 라고 사모님이 추가되어있고, 때때로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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